기고 193

배려(配慮)[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장대비가 내리는 날에 길가에서 승용차 운전자끼리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골목길에서 큰길로 나오려던 차와 직진하던 차가 충돌한 모양이다. 한쪽에서는‘골목길에서 나오면서 좌우를 살피지도 않느냐’라고 따지고 상대방은‘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전조등도 켜지 않느냐’라고 맞받아친다. 아마 승용차가 골목길에서 큰길로 진입하며 폭우에 전조등도 켜지 않고 다가오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하고 일어난 사고인 듯 했다. 승용차를 운전할 때 눈이나 비가 오면 대낮에도 전조등을 켜야 한다. 밤에 켜는 전조등은 앞을 밝혀 살피기 위함이지만 비 오는 낮에 켜는 전조등은 앞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의 눈에 잘 띠게 하기 위함이다. 즉 자신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미가 더 크다는 뜻이다. 따지고 들자면 그것도 결국 자신이 ..

기고 2021.10.14

출세의 본질과 교육의 변질[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출세에 대한 욕망은 어느 사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들이 추구하는 열망의 추구였다. 벼슬이나 재물 또는 기술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명예를 얻는 이른바 출세의 범위는 시대를 거슬러 올라 지금까지 동서고금을 통해 엄존했다. 그런데 긴 시간을 두고 그 출세의 길이 변하지 않고 한결같이 일관하고 있다는데 오묘한 이치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은 출세의 바로미터가 학식이나 학력을 전제로 한 지식의 측정을 경쟁을 통한 비교와 차별화에 두고 제비뽑기식 달리기 경주를 방불하는 비교우위의 방법이 변하지 않고 존속되어 왔다는 데 출세의 방법이 일관된 특이점이다. 과거제도는 물론이고 지금의 사법고시나 고위 공직자의 임용고시에서 일류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 시험은 고사하고 모든 사안이 머릿속에 든 지식을 점수화하여 계량하는 방..

기고 2021.10.14

별 하나가 나를 슬프게 하네[미래교육신문 조기호시인]

별 하나가 나를 슬프게 하네 -별똥별에게 부치는 노래- 저 별 하나 얼마나 쓸쓸한 시간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을까, 어둠이었고 혼돈이었고 끝없는 미명이었으며 어쩌면 정체도 없는 꿈이었을지도 모르는 네가 돌연 불똥처럼 내 이마에 쿵 떨어져 내렸을 때 나는 벼락 맞은 나무처럼 몸을 벗고 푸른 별의 글썽한 슬픔을 껴입은 까만 돌이 되었었지. 그리하여 돌에 박혀 날지 못하는 너를 보듬고 나는 풀어줄 힘이 없어 울었고 너는 달아날 여력이 없어 울먹이면서 한동안 불씨처럼 엉켜서 타올랐었지. 하지만 어둠의 복판을 가로지르며 제 몸의 살을 찢는 홀연한 섬광이 붉은 십자가 꼭대기에서 와르르 부서져 내릴 때 너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빛이 아니라는 것을 끝내 서로의 눈물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이생의 연분 또한 될 수 없다는 ..

기고 2021.09.16

수탉[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수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피가 돌지 않는 환자의 몰골이었다. 병자의 바짓가랑이 잡고 활발하게 뛰어노는 어린것들처럼 수탉 4마리와 암탉 10마리가 그 빈집에서 살았다. 닭은 빈집의 주인이 되었다. 녀석들은 헐거워진 문이 열린 안방에도 거들먹거리며 수시로 드나들었다. 또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다녔다. 아침이면 그늘진 마루 위로 사람처럼 올라앉았다. 겨울이면 따뜻한 뒤뜰로 몰려들었다. 보자기처럼 내려앉은 햇빛 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해바라기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닭을 기르다 보니 닭도 어느새 식구가 되었다. 나는 내 아이들을 키우듯이 닭에게 정성을 다 쏟았다. 나의 일과는 닭 모이 주는 일로 시작되었다. 들통에 물을 받아 가야 했다. 오른팔 인대 파열로 수술을 권유받을 때도 닭 때문에 걱정이..

기고 2021.09.16

2021년, 드라마 ‘미생’ 다시보기[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지난 주말 나는 집안에 틀어박혀 드라마 ‘미생’을 몰아보기 했다. 평소 드라마를 전혀 보지 않는 내가 소위 말하는 드라마 몰아보기의 중독에 빠져 2박 3일을 보낸 것이다. 드라마 몰아보기란 방영이 끝난 드라마를 연속으로 다시 보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하여 ‘인생순삭’(인생이 순간적으로 싹 지나간다)이라고도 한다. 미생은 2012년 웹툰을 원작으로 2014년 20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되었다. 미생은 ‘원인터내셔널’이라는 종합상사에서 이루어지는 직장인의 애환과 현대인의 삶을 잘 그려내며 방영 당시 직장인들 사이에서 ‘미생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작품이다. 주인공 ‘장그래’를 비롯해 직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펼쳐가는 스토리 전개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며 드..

기고 2021.09.16

연 꽃[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

삼복의 따가운 햇살아래 동그란 연잎들이 나푼거리며 춤을 춘다. 붉거나 흰 꽃을 피우고 펼치는 연들의 군무행렬이 아득히 멀다. 그 규모가 30만 제곱미터를 넘어 동양에서 가장 넓다는 무안 일로읍의 연못, 그 장관에 입부터 벌어진다. 주위를 거니노라면 연잎이 바람에 한닥이는지, 아니면 삼복더위 속 연잎의 부채질에 바람이 이는지 착각에 빠지고 이내 코끝을 스치는 진한 향기에 취하고 만다. 예로부터 연은 맑지 못한 물속에서 자라지만 깨끗한 꽃을 피운다하여 사랑을 받아 왔다. 연은 주로 바닥에 흙이 두껍게 쌓인 못에서 자란다. 뿌리가 흙 속에 묻혀야 되니 바닥에 자갈이 깔린 맑은 물에서는 결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넓고 깊게 팬 땅에 물이 괴어 있는 곳을 못이라 한다. 그러나 오늘날 연이 자라지 않은 못까지도..

기고 2021.09.16

비리의 온상이 된 교육청의 청렴도[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최근 전남 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학교 시설공사 자재 납품 비리에 연류된 교육청 현직 공무원이 자그마치 30명 이상이 된다니 이는 집단 범죄를 방불케 하는 비리의 온상을 그대로 보여 준 사례라 할 것이다. 교육감은 시도 때도 없이 언론에 나와 전남교육이 청렴의 본보기라고 외쳐대는데 그 속사정은 비리의 온상임을 드러내었다. 잘못되고 오염된 그 모든 것은 종식되어야 좋을 것이며 사라져야 할 것들이다. 대신 종식되어 없어진 자리에 새로운 씨앗을 심는 일은 배척되는 일 보다 더 중요한 일임을 우린 알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서 단두대에 선 교육 범죄자들이 비 쏟아지듯 쏟아져 나 딩굴고 있어 시대 요구를 역행하는 교육계의 창피를 도배하고 있으니 참담하다 못해 울고 싶다. 교육감은 시장 도..

기고 2021.09.16

벌에 쏘였을 때 대처방법[담양소방서 곡성119안전센터 소방위 심동훈 기고]

민족 대명절 추석이 얼마남지 않아 봉분에 대한 벌초작업이 늘면서 벌쏘임 환자발생 또한 늘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벌에 쏘였을 때 대처방법으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벌은 사람이 직접적으로 공격하지 않으면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벌을 공격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사람의 활동만으로도 자극을 받아서 공격을 하는 말벌 그룹이 있다고 하므로 주의를 해야한다. 일반적으로 벌에 쏘였을 때 국소적인 반응으로 쏘인 부위 주변으로 붓게 된다. 이어서 통증이 나타나게 되며 대부분 이런 증상이 수일 지속되고 호전되는 것이 보통이다. 여러 차례 벌에 쏘이게 되면 전신 독성 반응도 나타날 수 있는데, 구역감, 구토, 설사, 어지러운 증상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

기고 2021.09.16

사는 곳이 달라도 치료는 평등해야 한다[대일외국어고등학교 최서윤 기고]

지방에 사는 중증환자 중 다수는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수술을 한다. 광주광역시에 사시는 내 어머니도 7년 전 복부에 종양이 생겨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하셨던 경험이 있다. 당시 어머니는 각종 검사와 수술을 위해 광주에서 서울을 수차례 왕복하며 힘들어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다행히 지금은 완쾌되셨지만 단 몇 분 동안 진료를 받기 위해 서울까지 다니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지금도 지방에 사는 많은 환자들이 서울에서 진료와 수술을 받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중증질환자 61.6%가 거주지역이 아닌 서울 대형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인구 10만 명당 서울이 44.6명인 것에 비해 경북 57.8명을 비롯해 전국..

기고 2021.09.16

강江가에서 쓰는 시[미래교육신문 조기호시인]

몸을 던져야 비로소 생겨나는 물무늬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 깊고 푸르러 발 디딜 수 없는 두려움으로 숯불처럼 바람을 머리에 이고 온몸 뜨겁게 데이며 물 위를 배회하는 그리움의 시, 가슴까지 젖는 어둑길을 따라 걸으며 땅 위의 모든 연민과 집착을 끊고 자르는 물풀 같은 순하고 착한 외로움으로 차마 돌려주지 못한 나머지의 죄송한 인연으로 목에 맷돌을 매달고 홀로 우는 시를 쓰고 싶었다. 언젠가 비스듬하게 꽂아 두고 온 내 꿈의 먼 산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강江의 품에 고요히 숨결을 모으고 붉은 물빛으로 제 몸을 녹여내는 가난한 노을처럼 서로의 업장業障을 보듬고 녹이는 해원解寃의 시, 그러나 끝내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한 밤하늘을 향해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서늘한 업보業報에 대..

기고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