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95

호랑이가 무서워하지 않는 곶감[미래교육신문 박철한수필가]

박 철 한 ​ 호랑이가 무서워하지 않는 곶감 명절 차례 상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것이 호랑이도 무서워 한다는 곶감이다. 곶감은 떫은 감의 껍질을 벗겨 말린 건시를 말한다. 특히 제사상에 반드시 오르는 과실이 감인지라 지금처럼 냉장시설이 일반화되지 않은 시절에 감을 연중 이용하려면 건시가 유일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떫은 감은 건시가 아니면 홍시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홍시의 저장기간은 겨우 이삼십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어머니와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그중에서 곶감을 무서워 한 호랑이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옛날에 호랑이 한 마리가 먹잇감을 구하려고 산골마을의 어느 집에 들어가 방문 앞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집에 호랑이가 들어온 사실도 모르고 방안에서는 엄마가 우는 아이..

기고 2021.02.18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 겨울은 반드시 봄을 데리고 온다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눈도 많고 한파도 잦았다. 엘리뇨 영향으로 그러하단다. 굳이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이번 겨울을 춥게 지내고 있다. 저녁 무렵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텅 빈 식당과 주점을 보면서 우리 주변의 가장 보통의 이웃들이 혹한의 겨울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들에게 겨울은 이번 한 철이 아니라 지난 1년 내내 지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추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요즘, 그 가운데서도 더욱 소외되고 결핍된 곳에서 살아가는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계층 간 교육격차를 연구하며 만난 초등 4학년 남학생 서민이(가명)는 부모님과 누나와..

기고 2021.02.18

영산강[미래교육신문 서은철시인]

서은철 ​ 영산강 용소 앞 작은 도라샘은 도루강처럼 굽이돌아 목포항으로 흐른다 소리 없는 수많은 언어들이 살아 숨쉬는 듯 이제 막 깨어난 물안개 속을 야거리 돛단배 스치듯 지나가던 한 시절 추억을 그리워한다 빛의 영역으로 달려온 영험한 순간의 황홀함 뜬 세상 너겁처럼 떠다니는 추억의 대화를 회상한다 허기진 고달픔 속에 그래도 그 시절은 가난했지만 정이 넘치고 행복했었다 하늘을 닮으려는 듯 강물은 언제나 사계의 하늘을 망설임 없이 보듬었다 삭풍에 눈보라 치던 날도 거부하지 않는 몸짓으로 어머니 가슴처럼 품어 안았다 기나긴 세월 억압된 통제선을 넘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도 아침 햇귀는 일상처럼 강물 위 황홀하게 채색하고 있다 아주 가끔씩 대불역으로 기차가 지나간다 물길의 흐름은 멈추고 침묵을 강요당한 ..

기고 2021.02.18

팥고물시루 떡[미래교육신문 김미수필가]

팥고물시루 떡 김미 나는 떡보, 떡순이임이 분명하다. 자다가도 떡 소리가 나오면 벌떡 일어난다. 뭐라고 해도 맛있던 떡 맛은 따로 있다. 배꼽시계의 독촉에 시계를 바라볼 즈음, 이웃의 누군가 접시에 담아 온 김이 모락모락 나고, 손으로 집었을 때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 떡이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던 것 같다. 손에 쥔 떡이 줄어들면서 허기가 사라져가는 느낌은 지구가 채워져 가는 만족감이었다. 언젠가는 나도 한번 푸지게 해 나눠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떡 방앗간에 전화했다. 찰떡 고물은 무엇으로 해야 맛이 있겠냐고 했더니 어느 용도냐고 물었다. 생일 떡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나 많이 하는 거냐고. 물론 나누어 먹을 사람이 많아서라고 했다. 이번에도 가족 누구에게도 떡을 해야겠다고 말하지 않을 작정이다. ..

기고 2021.02.18

농부를 꿈꾸던 소년, 청년농부가 되다[미래교육신문 최성광기고]

최성광(광주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교육학 박사) ​ 농부를 꿈꾸던 소년, 청년농부가 되다 13년 전, 나는 도시 외곽 농촌지역 초등학교에서 5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다. 세련된 도시 아이들과 달리 그곳 아이들은 투박하지만 매우 순수했다. 당시 우리반 전체 학생은 10명이었는데, 나는 그 아이들과 농촌의 아름다운 품에서 함께 공부하고 뛰놀며 아이들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었다. 아이들 역시 나를 무척 좋아해서 자투리 시간이나 급식을 먹으러 함께 이동할 때면 내게 장난을 걸거나 어깨동무를 하면서 큰형처럼 잘 따랐다. 그중 유난히 수줍음도 많고 순진했던 남학생 용태(가명)는 유독 나를 더 좋아했다. 내가 학습자료를 들고 이동할 때면 쏜살같이 달려와 말없이 들어주고, 쉬는 시간에 뜬금없이 내 뒤로 와서 어깨를 주무..

기고 2020.12.17

아름다운 노후를 설계하는 실버복지[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논설위원 김수기 ​ ​ 아름다운 노후를 설계하는 실버복지 ​ 선진국과 중진국 그리고, 개발 도상국에 후진국을 가름하는데 여러가지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 경제적 국민 소득이나 교육 수준에서 문화와 역사적 배경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척도를 들이댈 수 있겠으나 요즘은 그 외에 노후 복지제도와 그 선행 사례를 먼저 꼽는 추세에 민감한 상황이다. 예전엔 노후라는 단어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가정을 꾸리는 세대주의 생활은 앞을 내다보기에만도 힘겨웠고 부모와 자식을 부양할 처지에서 부부의 노후를 생각하기엔 너무나 설익은 밥을 대하는 시대였다. 선진국이 다른 후진국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은 바로 노후 복지제도의 발 빠른 입안과 그 시행이라 할 것이다. 노후를 걱정하지 않는 젊은 세대들의 삶의 현장은 얼마나 ..

기고 2020.12.17

12월의 기도[미래교육신문 조기호 시]

조기호 ​ 12월의 기도 ​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란 여간 어렵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다져놓은 생각들이 순간순간 무너지곤 하였습니다. 믿고 따르기로 한 ‘긍정’이란 것이 돌연 답답함으로 가슴을 짓누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지 않아야 하는데, 이래선 안 되는데……. 눈을 뜨면 간밤의 속울음들이 아침마다 베갯머리를 헝클어 놓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나 그 답답함, 누르거나 다스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긍정이란 희망도 믿음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순정純情하고 솔직한 부정否定 안에서 그 마음 아프도록 내버려두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도 끊임없이 달아오르는 열망熱望 아래 못처럼 박혀서 바보같이 옴짝달싹도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리는 전율戰慄과 방황彷徨의 혹독한 시간들 앞에 섭니다, 모든 인연이란 기적奇蹟에 다름 아니라는 ..

기고 2020.12.17

까치밥[미래교육신문]

박 철 한 ​ 까치밥 드넓은 과수원에 새를 막는 그물이 덮여있다. 사과를 쪼아대는 까치를 막기 위해서다. 그물 값도 문제지만 높은 사과나무 위에 그물을 씌우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으리라. 주인에게 다가가, 방조망 값에다 설치하는 노력까지 생각하면 차라리 까치가 조금 먹더라도 그대로 두는 것이 낫지 않느냐고 물었다. 주인이 손사래를 친다. 까치가 잘 익은 사과만 귀신같이 골라 쪼아대는 통에 성한 사과가 하나도 없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사과농사 못 짓는단다. 주인의 말과 표정 속에 까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까치와 까마귀는 조류 분류학적으로 같은 과에 속한다. 그런데 까마귀라면 모를까 까치가 과수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니 뜻밖이다. 예로부터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며 까치..

기고 2020.12.17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는 교육풍토[미래교육신문 김수기논설]

논설위원 김수기 ​ 교사의 권위를 회복하는 교육풍토 우리나라 교육개혁은 교육과정의 변화와 고교 평준화 문제에서 대학의 입시제도에 이르기까지 개혁의 성과는 미흡하였고 오히려 일선 학교 교원들의 교권 상실과 교단의 사기 저하는 어느 때 보다 심각한 문제로 남았다. 우선 되돌아보면 대선 때마다 나타나는 ‘교육 대통령’이 당선과 함께 자취를 감추고 교육재정 GNP 대비 6% 확보 공약이 수십 년 답보하고 있는 상황은 대통령 선거 때면 의례적으로 써먹는 선거용 피켓이었다. 여기에 교육개혁의 수단과 방법은 우리 교단 현실은 외면한체 외국의 사례만을 베껴 쓰기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볼 수 없었다. 어쩌면 관 주도의 밀어붙이기식 일방적 개혁 수준이었다 이러한 정부 중심의 개혁안은 일선 학교의 입장에서 볼 때 학교장의 자..

기고 2020.11.26

내 몸에 맞는 꾸준한 운동이 백신이다[미래교육신문 김원식기고]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스포츠해설가 김원식 ​ 내 몸에 맞는 꾸준한 운동이 백신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의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벌써 10개월 째다. 집안에 갇혀 TV나 스마트폰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활동량이 줄어 체중이 늘어나거나 불안한 마음과 우울증도 늘어나 제2, 제3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게 요즘의 현상이다. 코로나 시대에 운동이 꼭 필요한 이유다. 어느 미국 연구진은 하루 30분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이 줄어들었으며, 가벼운 운동만 시작해도 면역력이 향상 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은 재물이나 명예가 아니라 평생을 건강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현대인의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인하여 건강을 ..

기고 2020.1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