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하나가 나를 슬프게 하네
-별똥별에게 부치는 노래-
저 별 하나
얼마나 쓸쓸한 시간을 거치며 여기까지 왔을까,
어둠이었고
혼돈이었고
끝없는 미명이었으며
어쩌면 정체도 없는 꿈이었을지도 모르는
네가
돌연 불똥처럼
내 이마에 쿵 떨어져 내렸을 때
나는 벼락 맞은 나무처럼 몸을 벗고
푸른 별의 글썽한 슬픔을 껴입은
까만 돌이 되었었지.
그리하여
돌에 박혀 날지 못하는
너를 보듬고
나는 풀어줄 힘이 없어 울었고
너는 달아날 여력이 없어 울먹이면서
한동안 불씨처럼 엉켜서 타올랐었지.
하지만
어둠의 복판을 가로지르며
제 몸의 살을 찢는 홀연한 섬광이
붉은 십자가 꼭대기에서 와르르 부서져 내릴 때
너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빛이 아니라는 것을
끝내 서로의 눈물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이생의 연분 또한 될 수 없다는 것을
조용히 예감했었지.
아, 그럼에도
그 빛
그렇게 홀로 떠나보내야 한다면
너는 또 얼마나 많은 밤을 떠돌아야 하고
나는 숯덩이 같은
이 마음을 깨부수기 위하여
또다시 몇 광년의 세월을 보내야 하는지에 대하여
밤새 중얼거려야 했었지.
-------------------- 【시작메모】 ----------------------------------
운이 좋은 날이었다. 별똥별 하나가 가을밤 하늘을 스치듯 지나가는 광경을 보았다. 요즘같이 별볼(?)일이 없는 때에 뜻밖으로 별똥별을 만난다는 것이 다만 경이로울 뿐이었다. 별을 만난다는 것은 그 별을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우리 곁으로 수 많은 인연들이 지나쳐가지만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인연이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 그러하리라. ‘만남’이란 상호적이므로 나와 상대가 되는 그 누군가가 있어야 하고 또한 그들이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별똥별과 나의 인연은 우연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섬광처럼 스치는 순간이었지만,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서로를 응시하고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만남과 인연이란 아마도 다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이리라. 그러나 그런 황홀한 만남이 영원할 수 없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별똥별이 떨어져 내린 밤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생각한다. 무연無緣했던 너(별)와 나였지만 짧 은 순간이나마 그렇게 서로를 끌어안고 하나의 빛으로 타오르던 기쁨이란 얼마나 감사한 일이었던가. 또다시 수 세월, 아프도록 명멸明滅을 거듭하며 누군가의 눈물을 쓰다듬을 수 있는 선한 눈빛으로 태어나기 위하여 어둠 속을 떠돌 너, 나의 별이여 부디 먼 하늘 어느 세상일지라도 아름다운 꿈으로 환생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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