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났다. 동장군이 아직도 자리를 뜨지 않고 우줅이지만 참다못한 봄기운은 그새 들녘을 비집고 들어와 파릇파릇 꾸미느라 애쓴다. 어린 시절 이맘때쯤의 추억을 되새겨 멀지 않은 자드락밭으로 냉이를 캐러 나섰다. 오늘날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냉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나 예전의 향수에 이끌린 발길이었다. 여기저기 냉이를 찾아다니다가 그런대로 캘만한 밭을 보고 바구니를 능준하게 채웠다. 저녁이 되자 새봄의 향기가 집안가득하고 냉이 국을 먹어보니 비닐하우스에서 가꾼 것과는 그 맛이 과연 다르다. 같은 냉이일진데 어쩌면 그토록 향이 진할 수 있으랴. 푸나무의 향을 통틀어 ‘피톤치드(phytoncide)'라 일컫는다. 러시아태생의 한 세균학자가 처음 발표한 그 용어는 희랍어로 ’식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