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다산 선생의 자녀교육[미래뉴스&미래교육신문]

미래뉴스입니다 2020. 4. 23. 11:13



 병 호

 다산 선생의 자녀교육

요즘 학생들을 보면 가정교육이 의심스러울 때가 왕왕 있다. ‘기본’이 안 된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기 때문이다. 매사를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고, 마땅히 지켜야 할 공중도덕도 무시해버리고,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흔히들 ‘개념이 없는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가정에서 기본 인성 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를 키우는데 가정교육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맨 처음 보고 듣고 배우는 장소가 가정이기 때문이다. 인공 부화된 새끼오리는 맨 처음 본 대상을 어미로 알고 졸졸 따라다닌다. 오스트리아의 과학자 로렌츠(Konrad Lorenz)는 이를 ‘각인 효과’라고 이름 지었는데, 그만큼 갓 태어난 백지상태에서는 흡수력이 빠르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어렸을 때 부모의 훈육 방식과 가정의 분위기가 성격과 태도, 습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자녀교육은 엄격함과 자애로움이 병행하는 것이 좋다. 너무 엄하게 키우면 아이가 주눅이 들고, 자애롭게만 키우면 버릇없는 아이가 되기 쉽다. 그래서 아버지의 엄격함과 어머니의 자애로움이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 옛날 홀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혹독했던 것은 아버지의 역할까지 도맡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인사예절이나 공중도덕 같은 것은 아버지가 맡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가 응석을 부리면 어머니는 받아주더라도 아버지는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될 것을 절도 있게 가르쳐야 한다. 옛날 버릇없는 아이를 보면 어른들이 “뉘 집 자식이냐?”고 물으며 혀를 차곤 했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그런 일을 당하지 않도록 자녀에게 늘 조신한 태도를 당부하고 경계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사례를 들고 싶다.

천주교 박해로 인해 열여덟 해를 귀양살이를 한 선생은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자 두 아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이제 너희들은 망한 집안의 자손이다.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 한 가지밖에 없다. 폐족이 되어 글도 못하고 예절도 갖추지 못한다면 어찌 되겠느냐. 보통 집안사람들보다 백배 열심히 노력해야만 겨우 사람 축에 낄 수 있지 않겠느냐?”

죄인으로 몰려 집안이 거덜난 마당에서도 다산은 전혀 낙심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것과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때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 가슴속에는 항상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듯한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맣게 보고 우주를 가볍게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그의 편지는 단순히 안부를 묻는 수준이 아니라, 공부하는 방법을 일러주고 학문의 자세를 일깨우는 내용이 가득하다.

“내가 벼슬하여 너희들에게 물려줄 밭뙈기도 장만하지 못했으니, 오직 정신적인 부적 두 글자를 물려주겠다. 한 글자는 근(勤)이고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이 두 글자는 기름진 밭이나 땅보다도 나은 것이니 평생 써도 닳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함’과 ‘검소함’을 좌우명으로 삼고 살라는 주문이다. 그는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재산보다 정신적인 재산을 물려주고자 한 것이다.

선생은 또 “너희들 편지에 군데군데 의심이 가고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질문할 데가 없어서 한스럽다고 했는데, 그처럼 의심이 나면 왜 조목조목 적어서 인편에 부치지 않느냐?”고 학습태도에 대해서 질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너희 형제는 새벽이나 늦은 밤에 방이 차가운지 따뜻한지 항상 살피고,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항상 따뜻하게 불을 때드리되 이런 일은 종들에게 시키지 않도록 해라.”하며 어머니의 봉양을 구체적으로 지시하기도 한다.

다산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자식을 바르게 키우려는 아버지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배어 있다. 이렇게 아버지로부터 각별한 훈도를 받은 자녀가 어찌 잘못될 수 있겠는가. 선생은 위대한 학자이기 이전에 위대한 아버지였음을 알 수 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집과 수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원격교육을 펼친 다산! 그의 자녀사랑 모습은 지금의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통신 만능시대에 살면서 우리는 자식들에게 얼마나 정성을 바치고 있으며, 얼마나 용기를 북돋아주고 있으며, 얼마나 삶의 지표가 될 만한 가르침을 주고 있는가?

기사더보기: 

http://www.miraenews.co.kr/news_gisa/gisa_view.htm?gisa_category=02060000&gisa_idx=17156



#장병호수필가 #미래교육신문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