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이 먼저일까, 알이 먼저일까?’라는 논쟁에 시원한 답을 내놓을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살려고 먹을까, 먹으려고 살까?”라는 문제를 논쟁거리로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설령 그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먹는 것은 삶의 일부일 뿐이며 삶이 먹는 것의 일부일 수는 없기 때문에 “먹으려고 산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지 않으랴. 다만, 흔히 “먹고 산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인간의 욕구 중에서 먹는 욕구만큼 강한 것이 없고 우리의 삶에서 먹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몸의 염증과 노화질환을 완화하고 오래 살려면 적게 먹어라’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단다. 그 요지는 이렇다. “과학자들이 보통 먹이를 준 생쥐와 칼로리를 30% 줄여 먹인 생쥐를 대상으로 노화하는 개별 세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실험했다. 그 결과 보통 먹이를 준 생쥐는 나이가 들면서 거의 모든 조직의 면역세포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노화 관련 세포 변화의 57%가 관찰되었다. 하지만, 칼로리를 제한한 생쥐는 나이가 들어도 몸의 많은 조직과 세포에서 그런 변화가 생기지 않고 어린 생쥐와 비슷했으며 갈색 지방 조직의 항염증 유전자 발현도가 어린 생쥐 수준으로 돌아갔다. 따라서 이번 연구로 칼로리 제한이 노화 과정의 개별 세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었다”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소식한다고 다 오래 사는 건 아니다”라는 미국의 또 다른 연구결과도 있다. 그 요지는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 초파리 160종류 5만여 마리를 이용해 먹이를 제한하고 수명과 건강수명을 관찰한 결과 둘 모두 유의미하게 늘어난 경우는 전체의 50% 정도에 그쳤다. 그리고 13%는 신체적 활동이 더 활발해졌지만 수명은 오히려 짧아졌고, 5%는 신체 활동성은 떨어졌지만 수명은 오히려 길어졌으며 나머지 32%는 수명이나 건강수명에 어떤 영향도 주지 않았다. 따라서 사람도 식사 제한이 건강수명 연장의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전체의 50% 정도가 건강수명이 유의미하게 늘었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으랴. 또한 생쥐가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이자 포유류인 까닭에 곤충인 초파리를 대상으로 한 본 실험 결과보다는 먼저 소개한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에 더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소식과 장수에 관련된 대표적인 동물이 학이다. 그 울음소리에서 비롯되어 ‘두루미’라고도 불리는 학은 어패류, 갯지렁이, 미꾸라지·곤충·연체동물, 풀씨와 뿌리 등을 먹고 사는 잡식성 조류이다. 그런데 동양철학에서 학은 신선이 타고 다니는 새이자 천년을 장수하는 영물로 인식되고 십장생이기도 하여 우리와는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또한 실제로 학의 수명은 다른 새들보다 많은 30~50년이라는데 많이 먹고 뚱뚱한 동물들과는 거리가 멀며 날씬하고 고고한 그 모습에서 먹이를 적게 먹고 사는 동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적게 먹기 때문에 오래 살게 되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동물이 또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웅장한 슬로베니아. 포스토이나동굴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동굴도롱룡붙이가 사는 곳이란다. 그런데 혈거도롱룡 중에서 가장 큰 종으로 눈이 퇴화되어 앞을 볼 수 없다는 동굴도롱룡붙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10년을 버틸 수 있으며 양서류임에도 수명이 무려 100년에 이른다니 참으로 놀라운 동물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 확실한 생태가 밝혀지지 않았다지만 어쩌면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고 천적이 없어 쫓길 필요가 없는 캄캄한 동굴의 특성 때문에 그와 같은 생태를 갖게 되었으리라. 즉 먹이를 쉽게 구할 수 없어 많이 먹지 못하게 되니 마치 동면에 들어간 동물들처럼 아무것도 먹지 않고 10년을 버티는 생태를 지니게 되었을지 모른다. 또한 100년을 살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적게 먹는 것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만약 그와 같은 생태가 사실이라면 “적게 먹어야 오래 산다.”라는 말이 근거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으리라.
최근 들어 음식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많아졌다. 그 내용은 각 지역의 음식 소개에서부터 식당의 매출을 올리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에 관한 프로그램과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음식을 만드는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하기야 소득이 늘어나고 생활 여건이 나아질수록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찾게 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적게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 보다는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부작용이 갈수록 늘어나는 오늘날의 현실에서 그 프로그램들이 자칫, 건강을 생각하지 않고 먹을 것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부추기지는 않을지 염려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부실하게 먹고 너무 많이 움직이는 것이 문제였지만 고칼로리 음식이 넘쳐나는 오늘날은 필요 이상으로 먹고 움직임은 너무 적어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도 적게 먹는 것이 건강장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적게 먹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양서류임에도 포스토이나동굴에서 100년을 사는 동굴도롱룡붙이의 생태를 참작할 필요가 있으리라. 즉 예전처럼 많이 움직이지 않은 현실에서, 칼로리를 보통보다 다소 줄여 먹는 것이 늘려 먹는 것 보다 건강장수에 더 유리하다는 점만큼은 확실하게 알아야 하리라. 다만, 그렇다고 배를 채우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니 고칼로리 음식과 저칼로리 음식을 적당히 배분하여 먹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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