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부지런함을 상징하는 곤충으로 벌과 개미를 든다. 그런데 둘의 먼 조상이 같아서인지 집단생활을 한다는 점 외에도 여왕벌과 여왕개비, 수벌과 수개미, 일벌과 일개미, 병정벌과 병정개미 등 다형성(多形性)까지 공통점이 있다. 둘 중에서 인간과 친근한 곤충은 달콤한 꿀을 주는 벌이지만 지구상에 12,000여 종이 산다는 개미에게 배울 점도 많다.
개미는 곤충 중에서 비교적 오래 살고 놀랄만한 능력도 지녔다. 여왕개미는 대개 30년 이상을 살며 무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개미는 최고 3년까지 산다. 속도가 빠른 개미는 시속 300미터로서 그것은 인간이 시속 1,500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자신보다 수십 배나 무거운 것을 물고 가는 것은 마치 인간이 자동차를 짊어지고 가는 것과 맞먹는 힘이라니 ‘작지만 강하다.’라는 말과 잘 어울리는 곤충이다.
우화 ‘개미와 베짱이’는 베짱이를 희생양으로 하여 개미의 부지런함과 의리를 강조하고 있다. 거기에는 “개미가 여름날 뙤약볕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일하는데 베짱이는 시원한 그늘에서 노래나 부르며 놀면서도 오히려 개미에게 어리석다고 혀를 찬다. 그러다가 겨울이 되자 창고에 먹을 것이 가득 찬 개미와는 달리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던 베짱이가 개미집을 찾아간다. 그래도 개미는 문전박대하지 않고 베짱이에게 먹을 것을 준다.”라는 내용이다. 부지런하고 남에게 베풀 줄도 아는 개미와는 대조적으로 베짱이는 여름 내내 게으름을 피우다가 겨울에는 추위에 떨며 굶주리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다.
그 우화는 베짱이형인간이 되지 말고 개미처럼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베짱이도 할 말이 있으리라. 여치와 사촌격인 베짱이는 알에서 애벌레가 깨어나 번데기를 거쳐 여름날에 어른벌레가 되기까지 여러 해가 걸린다. 그런데 정작 화려한 날개를 달고 어른벌레로 사는 기간은 고작 수십 일이다. 따라서 집을 지을 필요도 없고 그저 지천으로 널린 풀을 먹고 살면 되며 겨울양식을 저장하지 않아도 된다. 여름날에 풀숲에서 베짱베짱 우는 것은 단지 짝을 불러 번식을 하기 위함이다. 더구나 홀로 살아가는 베짱이가 개미집단의 생활을 알 리 없으니 무리의 생존을 위해 애쓰는 개미가 어리석어 보일수도 있지 않으랴. 그러나 만약 조직화된 집단에서 베짱이와 같이 행동한다면 당장 쫓겨나고 말리라.
인간과 개미는 집단생활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미는 우선 수천이나 수만 마리가 함께 모여 살아가려면 나름대로 질서가 있어야 하리라. 그리고 먹이도 베짱이가 먹는 풀처럼 지천에 널린 것이 아니니 수시로 밖에 나가서 구해 와야 하고 더구나 겨울양식까지 저장해 두어야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살아갈 집도 지어야 하는데 특히 아프리카 흰개미의 집은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땅위에 있으면서도 환기가 잘되도록 구조가 정교하고 오묘하여 내부가 시원하다고 한다. 따라서 그 구조를 분석하고 연구하여 건축물에 응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찮게 여기는 미물이지만 일사불란한 질서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다 완벽한 집의 구조까지, 인간이 개미를 본받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지 않으랴.
사회란 공동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화된 집단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힘들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에서 일하는 것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해당 업종들은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젊은이들은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따라서 이들 생산직 업종에는 주로 동남아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종사하고 있는 현실이다. 언젠가 한 외국인 노동자가 TV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 가장 서러웠습니다.”라고 뜨끔하게 말했다. 궂은일을 하기 싫어하는 마음이야 어쩔 수 없을지라도 그 일을 하는 사람까지 무시한다면 조직사회에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베짱이형인간이 아닐까? 혹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는 개미고 한국인은 베짱이다.”라고 비아냥대더라도 결코 할 말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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